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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Hobby/책. Book & Writing

글쓰기라는 이름의 희비 - 이어령

by 202020 200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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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본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다른 아이들이 공기며 고무줄이며 끝말잇기에 스무고개 같은 놀이를 할 떄 나의 '놀이'는 읽기와 쓰기였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대책 없는 호기심.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동요나 노래의 구절마다 대체 왜 저련 표현을 썼을까 고민하곤 했다. '고추 먹고 맴맴'은 이해하겠는데 왜 '담배 먹고 맴맴' 이냐며 어른들에게 물었다가 혼이 난 기억도 떠오른다. 일흔이 넘어서도 이런 취미는 변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도 글 쓰기라고 해서 썼다가 베낀 글 아니냐며 국어 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했다. 억울하고 분한 순간이지만 나중에는 중학교의 교가를 직접 작사까지 할 정도로 글 실력을 인정받았다. 능력을 깨닫고 자부심을 갖게 되기까지는 그렇게 통과의례 같은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뭘 알아 썼기에 베껴 썼다는 억울한 누명까지 써야 했을까. 좋은 글은 피터팬처럼 어린애 마음을 벗어나지 않아야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매일 다른 태양이 뜬다. 피터팬의 눈을 가진 대표적인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늘 되풀이되는 일상의 약속이 아니다. 매 순간이 천지 창조다. 어릴 때 처음으로 구름과 해를 보던 상태의 원초적 체험이 글쓰기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온 삶. 나 역시 지칠 때가 있다. 낭떠러지 끝 한 뼘의 공간에 내 모든 기쁨과 슬픔을 단단히 아로새기며 피 묻은 말을 남길  수 있다면 하고 바란다. 나이가 들면서 쓰기싫은 글 억지로 쓸 때는 단문으로 흐르던 글이 어느 새 길게 늘어지곤 한다. 어휘가 하나의 별처럼 어둠 속에서 툭툭 튀어나와 서로를 인력으로 끌어당기면서 카시오페이아 자리도 만들고 페가수스도 만들어야 한다. 무의미한 몇 개의 별들이 모여 의미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읽는 이에게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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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글은 항상 나에게 충격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이런 문장을 썼을까?
선생님의 다작과 왕성한 활동을 고려해 볼 때 글쓰시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소요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어렵지도 않은 표현으로 독창적이고 머리에 쏙쏙 들어올 수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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