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
러브호텔, 교회, 시인을 관통하는 단어는 사랑이다.
러브호텔에서 방점은 '러브'에 있지 호텔에 있지 않다.
교회는 신과 그의 아들의 '사랑'을 세상에 구현하려 꿈꾼다.
인류가 만든 시의 9할은 '사랑'에 대한 노래다.
모두 사랑을 말하지만 어떤게 진짜 사랑인가.
넘쳐나는 사랑,
세상 어느 곳에서나 목격하는 사랑,
그런데 왜 사회는 이 꼬라지야?
이는 아무도 진짜 사랑을 맛본 사람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 아닌가.
이 사회는 개나소나 다 러브호텔과 교회를 가고
개나소나 다 시인이 될 수 있는 나라다.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말로만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러브호텔에 가고 교회에 가고 시를 쓴다.
이렇게 흔해빠진 것들이 널리면 더더욱 진짜를 구별하기 어렵다.
시인이 씁쓸해 한 이유다.
길을 걷다 본 멋진 여인을 보고 야릇한 상상을 품는 순간 난
내안에 러브호텔을 만든다.
내 욕심을 앞세워 다른 사람을 소외시킬 때 난
내안에 양심이란 교회속에서 베풀지 못한 사랑에 눈물 흘린다.
러브호텔에서 교회까지
육체적인 사랑에서 정신적인 사랑까지
모조리 경험한다고 해서 시가 탄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세속과 성속으로 부지런히 들락거리면 시가 싹트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
내안의 소중한 것이라 해도
결국엔 한 순간의 먼지다.
바람불면 흩어질...
*럼블피쉬의 먼지가 되어
기타. Etc
러브호텔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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