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킴 커넥션 - 손광식(孫光植) 언론인
정치적 스캔들에 여자가 등장하면 대중적 흥미와 관심이 증폭된다. 더욱이 매스컴이 장본인을 「미모 운운」하면 때로 사건의 본질 탐색이 묻혀버리는 수가 있다. 한국군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백두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된 「린다 킴 커넥션」도 예외는 아니다.
한 재미 여성 로비스트와 정·관계 요인들의 「아리송한 접촉」이 사건 속에 숨어 있는 본질을 압도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이 사건은 「미모의 여성」이 한국 정계에 뇌물 혹은 부적절한 성적 접촉을 제공한 대가로 이권을 제공받았는가의 여부가 표면이 되지만 보다 깊숙한 곳을 탐색해 봐야 할 듯 싶다.
곡물이나 무기같은 물자의 거래는 자유시장에 일임되지 않는다. 정부가 개입하게 돼 있고 그래서 권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다. 낙찰자가 결정된 후 이런저런 명분을 붙이지만 사후적일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합당한 의견서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들 상품에 대한 정보들은 독점적이며 「국익」이란 명분에 따라 여러가지 잡음들을 제압한다. 그래서 정부 조달상품의 마켓에는 거대한 커넥션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련 정보들은 「고공정찰」로만 파악할 수가 있다.
20년전 10.26사건이 일어났을 때 흉작으로 한국의 조달청은 외미 100만톤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단순하게 보면 국제 곡물상들과 조달청이 경쟁입찰을 통해 합당한 가격 조건에 합당한 양을 적절한 시기에 공급하도록 계약을 맺으면 끝나는 상거래다. 그러나 그 과정에 얽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엄청난 로비전이 전개된다.
상징적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면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기에도 한 여성이 등장한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이 여성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남편은 악명 높던 곡물상 글로버 코넬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보차트란 인물이었다. 린다 김을 한국 정가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C씨는 당시 농수산부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얽히고 설킨 커넥션과 이권개입 양상이 드러난다.
야채와 식료품 가게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후 20년 권부와의 커넥션으로 부와 세력을 넓힌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린다 커넥션」은 하나가 아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불공정하고 부도덕해도 감시하는 틀을 갖추지도 못하고 작동시키지도 않는 「권력 가족들」의 왜곡된 세습이 바로 문제의 핵심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