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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어주는 여자]아무래도 난 그림에 소질이 있나봐~
202020
2009. 11. 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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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 그림읽어주는 여자
지은이 : 한젬마
출판사 : 명진출판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림.
그리기도 어렵고 보고 이해하는 건 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 생각이 틀린 것 같다.
난 그저 내 느낌에 충실하면 되는 것인데,
아직 내 마음 속에는 '저 그림을 보고 나는 어떤 느낌을 가져야 높은 점수를 맞을 수 있을까?'
하하
내가 봐서 좋은 그림, 그리고 화가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만 있으면 그림을 볼 준비가 다 끝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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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기는 커녕 얼굴 같지도 않은 얼굴, 이해할 수조차 없는 그림. 대상과 닮게 그리는 것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느낌이 더욱 중요한 그림, 추상미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 사실화라면, 그리던 당시의 슬픔이나 기쁨 등 사람의 감정까지
선과 색으로 담아내고, 나아가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성격까지 담아낸다면 그것은 사실화이면서 추상화가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당연히 어렵고 보는 사람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림 안에 담긴 여러 가지 감정과 작가의 의도하는 바를 공유해보는 즐거움은 추상화가 주는 매력임에 틀림없다.
그림값을 결정하는 것은 붓이나 물감 같은 '재료'가 아니라 화가가 표현하려는 '주제'와 '정신'이다.
우리가 그림을 산다는 것은 종이에 칠해진 물감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표현된 작가의 생각과 정신,
화가의 안목을 사는 것이다. 화가가 숱한 방황과 오랜 시도 끝에 탄생시킨 그림.
비록 그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물감과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런 주제를 선택하기까지의 오랜 세월,
익숙한 붓 놀림과 세련된 표현방식을 갖추기까지의 노력 등 한 작가의 총체적인 역량이 작품 하나 하나에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에 산출되는 작품의 가격은 비싸지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 값의 기준으로 '신화와 전설'을 들 수 있다.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경우 드라마틱한 삶과
그 삶이 녹아 있는 작품 사이에는 신화가 존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그 신화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작품은 화가를 보여주는 화가의 삶과 모든 것을 보여주는 분신과도 같으므로, 신화가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부서지는 파동만큼 작품의 가격도 추상적인 요동을 치는 것이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클래식이나 전위음악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대중음악은?
또 애니메이션이나 풍경화는?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 할 뿐이다. 많이 듣고 보아 친근해진 것과
특이하고 어쩌다 접해서 껄끄러운 것의 차이일뿐. 이해할 만하면 또 변해버리는 것.
바로 현대 미술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빠른 변화가 우리에게 버거운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고 제시하는 미술의 본질앞에 일상의 속도로 길들여진 우리는 당혹스러울밖에. ...
그러나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간절한 나의 바람은 유행가를 듣듯, 유행가를 흥얼거리듯, 한잔 술에 기분 좋게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대하듯 현대 미술이 만만한 것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만화세대가 어른이 되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듯 미술도 그렇게 늘 보고 싶고, 자연스럽게 키워나가는 대상이 되면 좋겠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오래도록 그를 지켜보고 이해하려 애쓰듯이 말이다.
글쓴시간 : 02/03/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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