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해본 사람은 안다. 안팎 양면으로 입을 수 있어 좋다는 리버서블(reversible) 점퍼를 사도
실제론 한쪽으로밖에 못입는 수가 많다는 걸.자주 입는 쪽의 목 둘레나 소매 끝이 닳거나 더러워지는 통에
뒤집어 입기 어려운 탓이다. 결국 욕심내다 돈만 더 쓴 꼴이 되기 일쑤다.
다양한 용도를 미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알고 보면 그 복합성이 별 필요 없는 건
리버서블 의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은 컴퓨터나 다름없다는 3G 휴대폰이나 만능 쿠커라는
고가 전기밥솥도 알고 보면 괜히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한 수가 수두룩하다.
제품마다 신기술을 강조한 부가 기능을 넣는 게 대세(컨버전스, convergence)더니
근래엔 핵심 기능만 강화하고 나머지는 뺀 '디버전스(divergence,탈 복합)' 제품이 뜬다는 소식이다.
이것저것 좋다며 추가해 값을 올린 것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생략해 가격을 낮춘 단순 제품이 인기라는 것이다.
조각가 최종태씨(77)는 좋은 작업의 첫째 요건으로 '적당히 손 떼기'를 꼽았다.
미련을 못버리고 뭔가 보태려 자꾸 주물럭거리기보다 얼추 손을 뗌으로써
군더더기를 줄여야 수작(秀作)이 된다는 것이다.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하려 기를 쓰면 쓸수록 누더기가 되고 말 수도 있는.가끔은 빼기와 생략의 가치에 주목해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09-05-14
(원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51362801&intype=1
------------------------------------------------------------------------------------------
미술시간에 무조건 화면을 꽉채우고 색칠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은 없었지만, 선생님께서 보실 때 어느 정도 노력을 많이 했음을
알아주시길 바랬고 그렇다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좋게 봐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어떤 예술적 가치나 사상이 담겨있지 않은 그러한 그림은 사회에서 팔릴리가 만무하다.
(내가 유명인이 된다면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내 삶의 흔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라는 가치가 첨가 되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것만 착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 그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과하지 않고 약간 모자라게 제공한 후 계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 정도의 구분과 착한 가격이라는 것의 기준을 정하는 것 또한 예술의 경지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사. Articles
과유불급 - 디버전스
반응형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