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을 들여다보면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문학·사학·철학·과학 등으로 대표되는 인문학 교육과 의학·법학·경영학·공학·언론학 등의 전문직업인 교육이다. 우리말에선 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단과대학을 언급할 때 두루뭉술 넘어간다. 하지만 영어에선 인문학 교육을 담당하는 ‘칼리지(college)’와 전문직업인 교육을 담당하는 ‘스쿨(school)’을 확연히 구분한다.
메디컬스쿨(의과대학)·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로스쿨(법과대학)·엔지니어링스쿨(공과대학)·저널리즘스쿨(신문방송대학) 등은 모두 전문직업인을 위한 단과대다. 반면 인문대·사회대·자연대 등의 단과대에는 ‘칼리지’라는 말이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이름이 다르다 보니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수준에도 차이가 난다. 먼저 인문학 교육은 기초학문의 훈도를 통해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소양과 지력, 그리고 논리적 사유를 갖추는 데 목적을 둔다.
학문하는 방법,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키워나간다. 대학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탓인지 미국에선 불문과를 나와서도 의과대에 진학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힘으로써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들이 가능한 한 ‘스쿨’을 두지 않으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애플컴퓨터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플라톤과 호머로부터 시작돼 카프카에 이르는 대학의 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오늘날 애플컴퓨터를 만든 결정적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대학 다닐 때 동양철학에 심취했을 뿐 아니라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팟 디자인 감각은 대학 시절 서예 강좌에서 배운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제 입시철이다.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고민할 것이다. 24년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경험에 비춰볼 때 젊을 때는 역시 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는 길로 본다. 그래서 기초학문인 인문학을 권하고 싶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은 긴 여정이기에 기초학문을 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낫지 응용학문으로 처음부터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인문학은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하기에 꿈을 크게 지닌 젊은이라면 한번쯤 도전할 만하다.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언론학 2008.12.15 00:42 입력 조인스닷컴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19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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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된다.
지금도 책속에 푹 빠져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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