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전쟁 중의 일이다. 백제에 빼앗긴 합천 대야성을 탈환하러 간 김유신은 옥문곡에서 적장 8명을 생포한다. 그리곤 백제 측에 편지를 보낸다. 내용인즉 6년 전,백제가 대야성을 칠 때 전사한 성주 내외의 유골을 자신에게 포로로 붙잡힌 백제 장수 8명과 맞바꾸자는 거였다. 의자왕은 기꺼이 수락한다. 오래 전에 죽은 신라사람의 뼈를 땅에 묻어두어야 아무 소용이 없는데 산 장수 8명과 바꾸자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죽은 사람의 뼈와 산 장수를 바꾼 언뜻 이해하기 힘든 거래 직후에 백제는 그만 참패하고 만다.백제와의 싸움에서 늘 열세였던 신라가 승기를 잡은 것은 그 때부터다. 신라군의 사기가 돌연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당태종 이세민이 요동정벌을 꾀하면서 겉으로 내세운 명분 가운데 하나도 수나라 때 전사자의 유골을 거둬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쟁에 대비해 민심을 하나로 아우르고 군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고도의 책략이다. 근년엔 북한과 협상 끝에 미국도 자국민의 유해를 찾아갔고 경우는 다르지만 얼마 전엔 일본도 그랬다.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한 나라들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백성의 생명을 정부가 정말 귀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산 사람은 고사하고 죽은 이의 유골까지 잊지 않고 반드시 되찾아 가는 정부,그런 국가를 백성은 목숨을 바쳐 지키고 섬긴다. 설령 내가 죽더라도 내 자손들은 철저히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신뢰가 있을 때 국민은 뜨겁게 뭉치고 국운은 자연히 융성하게 마련이다.
김정산 소설가/대하소설 '삼한지' 작가 입력시각 : 2005-01-21 17:23 한경닷컴
(원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type=2&aid=2005012188231&nid=910&sid=011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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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든 일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언뜻 생각했을때는 유리한 것이 깊이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핵심을 꿰뚫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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