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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Hobby/음악. Music

정화된 밤 - 사랑이란...

by 202020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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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춥고 헐벗은 숲 속을 걸어가고 있다
달이 그 뒤를 따라가고 두 사람은 달을 쳐다본다
달은 키 큰 떡갈나무 위로 달린다
떡갈나무 검은 꼭대기는 하늘의 빛에 닿아 있고 한 점 구름도 그 빛을 흐리지 않는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를 가졌어요. 하지만 당신 아이는 아니에요
나는 죄를 지었으면서 당신 옆을 걷고 있어요
나는 나 자신에게 큰 죄를 지었어요
그땐 행복에 대해 더 이상 믿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삶,
엄마가 된다는 행복감과 의무감을 강렬히 원했어요.

그러고는 크게 마음먹고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무서움에 떨며
내 그곳을 내맡겼어요. 그 일로 임신한 거예요
근데 이제야 당신을, 아, 당신을 만나다니, 삶이 내게 복수를 하는군요.

여인은 어색하게 걷고 있다. 위를 올려다보니 달도 함께 걷고 있다
그녀의 어두운 눈빛은 달빛으로 흠뻑 젖는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이 가진 아이가
당신의 영혼에 짐이 되진 않을 겁니다.
보십시오. 이 세상 모든 것이 얼마나 맑게 빛나는지!
이 모든 것 주위에 빛이 나는군요.
당신이 나와 함께 차가운 바다 위에 떠돌고 있지만
당신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특별한 온기가 전해질 거예요.
이 온기가 낯선 아이를 정화해 줄 거예요
당신은 나와 함께, 나의 아이를 낳는 거예요
당신이 이미 나에게 광휘를 가져다주었고 나 자신을 아이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남자가 여인의 두툼해진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들의 숨결이 허공에서 입 맞춘다
두 사람이 맑고 숭고한 밤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 리하르트 데멜의 詩 (구연정 옮김) 
  쇤베르크의 현악6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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