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스낵을 만들어 파는 모회사 영업사원 A씨의 주업무는 인근 가게에 물건을 배달하고 미수금을 회수하는 일이다.
자연히 미수금 회수율이 주요한 업적 평가 기준 중하나. A씨는 이 부분에서 항상 선두주자다. 소극적인 성격에 말도 어눌한 그가 적극적이고 유창한 언변을 지닌 다른 사원들을 제치고 이처럼 탁월한 결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회사 내에서도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그의 전략은 아주 평범했다. 바로 동네 슈퍼 아주머니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것.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그네들의 일상사를 물어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관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인내심을 갖고 자신들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미안해진 아주머니들은 먼저 밀린 대금 얘기를 꺼냈고 현금을 준비해두곤 했다.
집 주변에 초등학교도 못 나온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성격이 아주 활동적이신 것도, 특별히 남에게 많이 베푸시는 것도, 말주변이 남달리 좋으신 것도 아닌데도 유난히 그 집 문턱은 드나드는 사람들로 한가할 날이 없다. 남편 문제로, 아이 때문에, 심심해서... 하지만, 사람들이 그 할머니 댁을 자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할머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관심 있게 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는 해답을 얻기 위한 경우보다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싶은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리더십은 자기개발과 대인관계로 이루어진다. 그중 대인관계의 출발점이 바로 '경청'이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타인의 아야기를 귀담아 듣는다는 건 관심과 존중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자연스레 상대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청은 모든 대인관계의 가장 기본이 된다.
한자어를 보더라도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들을 청(聽)자는 귀이(耳)자 아래 임금 왕(王)변, 옆으로는 눈목(目) 아래 한일(一)자와 마음 심(心)자로 되어 있다. 이처럼 듣는다는 것은 와처럼 귀를 크게 하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하나로 집중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경청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경청의 전제 조건은 상대로 하여금 맘편히 말을 털어놓게끔 만드는 것. 딱딱하게 귿은 얼굴로 따지듯 종용하면 누구라도 굳게 입을 다물게 된다.
따라서 먼저 자신이 마음의 문을 열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다음에는 몸과 마음을 집중해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끼여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의 위대한 기능의 하나는 바로 상대의 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려주는 것이다. 화가 나서 얘기할 때 최선의 방법은 그저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 들어주면 감정은 자연스레 가라앉기 마련이다. 경영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게끔 이끌어주는 기술이고, 그 첫걸음은 바로 귀를 여는 일이다. 관심을 갖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 또 그 얘기를 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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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일 줄 아는 지혜 - 한근태 (G&L 8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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