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각자의 개성이 있으므로 그 개성을 살려 편하고 자유롭게 쓰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하고 자유롭게 썼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글은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겠죠.
그렇다면 좋은 글은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할까요?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죠.
1. 전달하려는 내용이나 주장하려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글은 ‘What to say', 즉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분명한 글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나 주장 혹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없는 글, 수사와 인용은 요란한데 읽고 나서 무슨 글인지 알 수 없는 글은 단순한 낙서에 불과합니다.
큰맘 먹고 읽어내려 갔는데, 정작 다 읽고 나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글들이 있습니다.
특정 선수를 위한 응원이면 응원을, 선수들의 전투력에 대한 비교면 비교를, 방송사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면 지적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15줄이든, 150줄이든 글을 이루는 글자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주제’가 명확한 글을 쓰는 것은 읽는 이들을 배려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2. 목적에 맞아야 합니다
글은 제각기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비록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주장, 또는 제안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PGR은 스타 크래프트와 스타리그, 프로게이머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 PGR에서 e-sports의 미래는
없다고 단정 짓거나, 선수의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고 실력과 인격을 깎아내리는 글을 쓰는 것은
‘목적’을 망각하는 것입니다.
3.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타이밍이 어긋난 글도 좋지 않은 글입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형태의 e-sports인 만큼 논란이 되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일정 시간동안 달아오르면, 서로의 암묵적 합의를 통해 수그러드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잊혀지려 할 때
지난번과 같은 이야기로 다시 불씨를 지피는 분들이 있습니다. 보다 발전적인 의견이나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글을 쓰기 전, 글의 내용이 적절한 시점에 게시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4. 정확해야 합니다
정확함은 글의 생명입니다. 글 속의 사실이나 데이터에 실수는 없는지, 모순된 내용은 없는지, 잘못된 표현은 없는지,
또는 오자나 탈자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좋은 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민 선수가 박용욱 선수보다 강해”라고 말하고 싶다면, 강민 선수의 최근 승률과 박용욱 선수의 최근 승률에 대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임요환 선수의 업적을 이윤열 선수가 따라 잡지는 못했어”라고 말하고 싶다면, 임요환 선수의 수상
경력과 이윤열 선수의 수상 경력을 조사하는 성의가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아보고, 글이 시종일관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를 신경 쓰는 것은 ‘태클’을 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물론, 맞춤법에 민감한 PGR이기
때문에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는 수고 까지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알기 쉬워야 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면 읽는 사람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해받지 못하는 글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PGR에는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PGR에는 대단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글들이
지나치게 딱딱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각이 잡혀 있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은 글은
나쁜 글입니다.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고, 한 번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명문입니다.
6.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무릇 글이란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인 글, 혹은 오만하거나 독선적인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PGR의 몇몇 글에서 “이 글은 제 생각일 뿐이므로 태클은 사양합니다”라는 마무리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멘트를 적든 적지 않든 글은 글쓴이의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어우러진 게시판에 글을 적는다는 것은,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읽는 사람들의 반응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입니다. “이 글은 제 생각일 뿐이므로 태클은 사양합니다”라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write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읽는 이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7. 보기 좋아야 합니다
‘겉보기가 글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겉보기의 좋고 나쁨도 좋은 글의 요건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자나 영어가 많이 들어가 있거나, 단락이 거의 없이 길게 써내려간 글은 무겁고 딱딱한 느낌을 줍니다.
적당한 곳에서 문장을 맺어주고, 알맞은 곳에서 단락을 나누는 것은 읽는 이의 눈을 배려하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8. 재미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의 재미란 만화와 같은 재미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읽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는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의 옵저버를 비교하는 것은 언젠가 한 번쯤 언급되었어야
하는 일입니다.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윤열 선수와 최연성 선수, 강민 선수와 박용욱 선수의 전투력을 비교하는 것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스포츠는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GR의 분위기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더 즐거운 PGR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재밌기만 합니다. PGR에서 언급되는 많은 이야기들은,
스타 크래프트와 스타리그, 프로게이머 그리고 PGR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재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꾸 먹으면 그 맛을 모르게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이미 언급된 적이 있는 내용인지,
댓글을 쓰기 전에 다른 분의 댓글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재밌고 즐겁고 생산적인 논쟁을 지겹고 짜증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만드는 분들은 ‘했던 말을
또 하는 사람들’ 입니다.
바로 전 페이지에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있는데 다르지 않은 내용의 글을 애써 쓰는 분,
바로 위 댓글의 내용과 비교해봤을 때 작성자만 다른 댓글을 적는 분, 바로 그런 분 때문에 재미있는 글이
재미없는 글로 퇴화하는 것입니다. ‘다굴’이 별거입니까?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읽는 이를 ‘방법’하는 것이 ‘다굴’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댓글을 적기 전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있는지 읽어보는 성의를 보여주세요.
그렇다면 지금보다 100배는 재미있는 PGR이 될 수 있습니다.
@"너나 잘해~“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거 다 압니다. 저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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