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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글쓴이 : 이인화
출판사 : 살림 (2005)
온라인 게임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막역하게 '폐인 게임'으로만 평가절하했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게임을 했다면 내가 허송세월 보냈던 것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경험을 할수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기에 겁이나서 온라인 게임을 손도 대지 않기도 했지만
모든 걸 잊고 다른 세상에 푹 빠져 살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참아야지. 지금 그랬다간 학교고 회사고 아무것도 없다.ㅋ)
물론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 게임에 접속해서 재미있게 때로는 힘들게 시간을 보냈겠지만,
단순히 시간 낭비로 보기에는 그들의 클릭클릭이 앞으로의 인류사에 대단한 발자취를 기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매트릭스 영화를 감상했을 뿐이지만, 온라인 게이머들은 매트릭스를 직접 찍고 체험한 차이랄까...
다른 사람들과 여러 사건들에 대해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내가 심사위원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몸소 체험하고 부대껴 사는 것이 진짜 인생인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풍덩~ 수영해서 쭉쭉 앞으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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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상호작용의 위치 | 독자 | 독자-주인공 | 독자-주인공-작가 |
이야기 예술 | 소설, 만화, 영화 | 비디오 게임, 서구형 MMORPG | 한국형 MMORPG |
독자와 갈등의 관계 | 작가에 의한 갈등 형성 | 작가에 의한 갈등 형성 | 작가에 의한 갈등 형성 + 독자 자신에 의한 갈등 형성 |
감정적 몰입과 집합지능의 창조력 | ★ | ★★★ | ★★★★★★★★★ |
p78~79
리니지2와 같은 온라인 게임 세계의 캐릭터들, 즉 매트릭스 워리어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인공적인 구조물이다. 이렇듯 인공적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의 개체에 계획적 정확성과 유일성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들의 삶은 픽션이지만 픽션이기 때문에 더욱더 현실 이상의 심미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은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되는 미래의 인간 커뮤니케이션들이 어떤 윤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주는 인류사의 시금석이다.
p118
일찍이 조셉 켑벨은 많은 스토리에서 잊을 수 없는 체험을 한 영웅이 평범한 인간 세상으로 귀환하는 데 어려움이 수반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영웅은 평범함 세계에서 '낯설고 특별한 세계'로 들어가 통과제의의 성격을 갖는 고통스런 체험을 한다. 그리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그 세계로부터 어떤 물질적, 정신적 전리품을 들고 다시 평범한 세계로 돌아와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해준다. 그러나 언제나 이 같은 <분리-통과제의-귀환>의 구도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채우고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과 신비하고 정복되지 않는 힘과 불멸하는 우주의 그림자를 맛본 영웅은 삶을 너무 많이 보고 너무 깊이 본다. 그래서 그는 안일무사한 생활인들의 세계, 평범한 인간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가 없는 것이다.
p119
온라인 게임 스토리만이 줄 수 있는 이 같은 서사적 감동과 사상적 깊이를 체험한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예전과 같은 사람일 수가 없다. 그들은 '폐인'이라는 조롱을 웃어넘기며 매일 매일 온라인 게임이 만든 매트릭스로 들어간다. 이 귀환하지 않는 영웅들이 어떻게 현실로 돌아와 세계를 복되게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가상현실과 현실의 융합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깊이 고려해야 할 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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