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엔 동물적 감각이 필요하다.
천하의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동물적 감각이 살아있는 젊은 시절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위대한 투자가’ 워런 버핏은 19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1세,
월마트의 샘 월튼은 27세 청춘에 출발했다. 한국에서도 삼성·현대·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창업자는
거의 다 청년기에 기업(起業)했다. 이성적·합리적으로 따진다면 사업은 돈·인맥·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중장년에
시작해야 할 것 같지만, 어느 나라든 대성한 사업가 중에는 그런 게 모자란 30세 이전에 창업한 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공황 해결사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비이성적인 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파했다.
그는 1936년에 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무언가 적극적인 행위를 하기로 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아마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 즉 가만히 있기보다 행동에 나서려는 자생적 충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기업 설립은 장래의 이익을 이성적으로 따져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근질근질하게 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애니멀 스피릿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다.
애니멀 스피릿은 희랍어 ‘pneuma psychikon’을 옮긴 라틴어 ‘spiritus animalis’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애니멀은 ‘마음의’ 혹은 ‘생기(生氣)에서 나온’이라는 뜻일 뿐 동물과는 무관하다.
애니멀 스피릿은 ‘근본적인 정신적 에너지와 생명의 힘(basic mental energy and life force)’이다.
발상 면에서 동양의 ‘기(氣)’와 닮았다. 일본과 중국에서 이를 한자어인 혈기·원기·활기로 번역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케인스를 존경한다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 말을 ‘야성적 충동’으로 번역했다. 그는 “‘동물적 근성’이라고 번역했더니
스승 조순 교수가 경제학에선 그런 용어는 쓰지 않는다며 ‘야성적 충동’으로 번역하라고 했다”고 연유를 밝혔다.
정 총리가 얼마 전 “(과거 기업인들에게 있었던) 야성적 충동이 현재는 없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정부가 파격적인 땅값을 내걸고 세종시 입주를 재촉하는 터라 정 총리의 말은 총수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기업들은 세종시 여부를 떠나, 애니멀 스피릿이든 야성적 충동이든 정부가 그걸 북돋울 보약을 듬뿍 준비해
주길 고대하지 않을까.
허귀식 경제부문 차장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2009.11.23 02:02 입력 / 2009.11.23 03:55 수정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887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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