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 Hobby/생활. Life

서울대 게시판에서 한 학생이 진로에 대한 짧은 고민의 글에 한 교수님의 답변

by 202020 2009. 12. 18.
반응형

이글은 설대 게시판에서 한 학생이 진로에 대한 짧은 고민의 글에 한 교수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우리 게시판에도 이런 교수님과의 교류가 있길 바라며 이글을 남깁니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으면 부쩍 진로에 대해서 걱정이 많게 된다. 내가 우선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당장의 결정이 급할수록 꿈과 비전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이 게시판에서 자주 이야기 했던 것이다...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자기 진로에 대해서 자네들이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은 자기 자신의 꿈과 비젼에 근거해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꿈과 비젼이라는 것은 자네들이 사회에 나가서 중심적인 professional이 되는 시기,
즉, 예를 들어서 20년 뒤의 자기 모습이다. 자네가 공중에서 자네 각자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아라.
그 때 자네가 바라는 자네 모습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
20년 뒤의 엘리트로서의 자네들 모습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1) 교수가 되어 있는 모습,
(2) 대기업의 중심 임원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
(3)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돈을 많이 버는 모습,
(4) 전문연구직으로서 프로젝트 팀을 이끄는 모습
(5) 변리사/변호사 또는 정부 관료가 되어 활약하는 모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네는 이 중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인가? 20년 뒤에 공중에서 자네 모습을 보는 경우, 그 때 자네 모습은 반드시
한국 내에서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세계 속에서의 자네 모습이 그려질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네들의 꿈과 비젼이
결정되는 도메인은 서울대 그것도 우리 학부 내에서가 아니라, 무지 무지 넓고 무한하다.
마치 카오스 이론에서 나타나는 fractal image 처럼...
그런데, 위의 다섯 가지 모습 중에서 하나를 결정할 때 '교수', '대기업 임원', '벤처 기업 사장', '전문연구직',
'변리사/변호사/정부각료' 등의 단어에 대해서 현재 자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불완전한 개념 만으로 꿈과 비젼을 정한다면
그것은 확실한 꿈이 아니다. 즉, 꿈과 비젼은 술 쳐먹고 방구석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본다고 확실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도 앞으로 교수가 되어야지 하는 꿈을 한국과학원 졸업하고 대우중공업 가서 6개월 지나서 확실히 했다.
25살 되던 때다... 그러나, 이미 많이 늦어 있었다. 의무기간 3년이 더 남아있었고, 그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왜꿈을 좀 더 일찍 확실히 하지 못했는지 후회 막심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꿈을 좀 더 일찍 확실히 할 수 있는가? 결국 책 속에서 찾아 낼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 경험을 상세하게 알아 보는 것이다. 즉, 이제 드디어 위인전(?)을 읽을 때가 되었다.
우선 다섯 가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쓴 책들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교수가 쓴 위인전은 없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교수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는 우리 학부의 교수들에게 물어보거나
옆에서 지켜보면, 특히 대학원생이 되면 더 잘 알 수 있겠다.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는 생활..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전문연구직'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려면, 예를 들어서, Sandia Lab에서 path finder 프로젝트를 수행한 팀장이
과연 어떤 방식의 인생을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 보아야 한다. 그러한 일을 한 저명한 사람들이 누가 있고, 그 사람들이
쓴 책 들을 읽어 보면 점점 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과연 나도 이러한 길을 갈 것인지 진정으로 나는 이러한 인생을
원하는지 대입을 해보는 것이다.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어렵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든지, 인터넷 서점을
search 해서 충분히 많은 책들과 구체적이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는 길은 현재 얼마든지 있다.
'대기업 임원, 사장'이 쓴 책이라든지 벤처기업을 이끌어서 성공을 한 사람이 쓴 책들은 찾아보면 매우 많이 있다.
이러한 책들을 읽어 보고 그것이 과연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지 확인을 해보아야 한다. 분명히 무엇인가
아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하는 느낌이 오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확실한 꿈과 비전을 굳힐 수 있다. 

나는 자네들에게 남은 겨울방학 동안에 시간과 노력을 자네 꿈과 비젼을 굳히는데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험 하나 보려고 해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데 더 중요한 꿈과 비전을 만드는데에 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느냐? 자네의 꿈과 비젼, 그것은 바로 자네들이 앞으로 내릴 크고 작은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현대자동차의 김동진 사장과 같이 되어 보겠다는 확실한 꿈이 굳혀진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어떤 과목을 수강할 것인지, 군대는 언제 어떻게 가야하는지, 첫 직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확실해 지고 쉬워 진다.
그리고, 그 모든 작고 큰 결정의 vector sum이 바로 다시 자네의 꿈을 또한 이루어내게 만든다. 학부 생활동안 전공 공부는
필수적인 것은 다 했으면, 제품 개발에 대한 과목들도 듣고, 경영대학에 가서 필요한 과목을 미리 듣는 것이다.
대학원 갈 필요 없다고 본다. 군대는 장교로 갔다 오면 더 좋겠다. 그리고 기업체에 들어가서 현장을 마스터 하고,
영업과 마케팅 경험도 하고, 해외 지사도 나가고, MBA도 하고 하면서 임원으로 올라 가야 하겠다.
제품 개발 부서도 맡아 보아야 하겠지... 물론 이래도 사장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꿈이 있을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평사원이 된다는 것은 꿈과 비전이 아니다...
조금만 더 학점을 잘 따면 가능한 것이 무슨 꿈과 비전이냐?

아무튼 확고한 꿈과 비젼 없이 내리는 눈 앞의 결정들은 모두 허망되고 어렵다. 이리 저리 방황하게 된다.
도대체 서울대에는 왜 들어 왔느냐? 그리고 혹시 석/박사 공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왜 석/박사 공부를
하려고 하느냐? 그것은 꿈이 아니다. 서울대 출신들이 석/박사 공부 실패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석/박사 학위를 따는 이유이다. 결국 자네의 꿈과 비젼을 이루기 위해서 서울대에 왔고,
석/박사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고한 꿈과 비젼이 없으면 끝없이 점점 dynamic하게 변하는 사회에서 그저 격렬한 강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하나의 조그마한 배와 같아 진다. 물론 꿈과 비젼이 없어도 20년 뒤에 무엇이 되어 있겠지? 그 때 "아, 이것은 아니었는데...'
하는 체념으로 살아 갈 때, 자네는 과거에 내린 그 모든 작고 큰 결정들이 vector sum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때 그 모습에 자기가 만족한다면 천만 다행이지만, 리스크가 큰 힘든 인생이 되겠지....
자네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무한하고, 자네들의 미래도 무한하다. 그리고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느냐? 물론 똑똑한 친구들이 모이면, 자기보다 어떤 한 분야에서 못 당할 정도로 뛰어난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그것을 보고 '역시 나는 안돼..'하는 마음을 먹는다면, 서울대 잘못 온 것이다. 서울대는 그런 곳이다.
그것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친구들과 같이 나는 나만의 꿈과 비젼을 이루면 된다. 모두 자네들을 도와 줄
resource들이다. 자네도 그 친구보다 우월한 면이 있게 마련이다. 혹시 고등학교 때 처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모두 100점 맞아야 한다는 '모든 일에 만능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남아 있다면 당장 버려야 한다.
그리고, 또하나, 통계에서 샘플링의 개념처럼, 모집단에서 상위 1% 이내이면, 미국의 자네와 같은 또래 모집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네는 한국 전체 모집단이 미국 전체 모집단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한국에서 상위 1%이면 미국 모집단에서도 상위 1% 이내이다. 물론 서울대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든 말든 자네들은 자네들이다.  
자네들 20년 뒤의 꿈과 비젼을 남은 겨울방학 때 책들을 많이 읽고 조용히 굳히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나서,
눈 앞의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죽어라고 지금 GRE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에게 묻고 싶다.. 다 무엇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느냐? 유학을 가기 위해서? 왜 유학을 가려고 하는데? 공학박사가 되면 그 뒤의 일은 다 잘 된다드냐?    
혹시 나를 만나서 진로에 대한 상담을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880-1916으로 전화해서 이은주 씨에게
나의 온라인 일정을 보고 자네 시간과 맞추어서 면담일정을 집어 넣어 달고 부탁하고 그 시간에 찾아 오면 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