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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 쇼핑의 과학
지은이 :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
옮긴이 : 신현승
출판사 : 세종서적
글쓴시간 : 01/03/20 11:57
쇼핑의 과학에 담긴 제 1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정한 신체적,해부학적인 능력과 성향, 그리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매환경은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해서 조정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동지대(transition zone)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한마디로 그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면 된다. 일부러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도 없이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일깨워주고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정도로 간단히 인사를 건네면 충분하다.
이 일에서 우리는 일반 원칙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즉 그 원칙들을 곧이곧대로 준수하거나 아니면 과감히 벗어나라는 것이다. 이 둘 중에서 반드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원칙을 무시하거나 어설프게 변형하는 정도로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광고판이라 해도 그것이 모두 첨단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최근에 뉴욕 금융지구에 있는 한 호텔의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는데, 벽에 거울이 있고 그 아래에 당신은 무척 배고파 보이는군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쪽에 호텔 레스토랑의 이름과 짤막한 설명이 씌어 있었다. 그 정도 광고라면 1백 퍼센트의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누구든 미소 지으며 자신이 정말 배가 고픈지 한번 생각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멋진 광고였다.
윈도(show window)는 비스듬히 다가오는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시물들을 한쪽으로 경사지게 배치해 놓으면 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값진 교훈은 다른 어떤 상품도 고객이 찾는 상품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선택은 이러한 고객들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는 가구 제조업자인 토머스빌에 대해 조사하면서 가구가 값비싼 품목이라면 쇼핑에 남자들을 개입시키는 것이 한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즉 그곳에 가구의 제작단계들을 보여주는 전시물과 포스터같은 그래픽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또 외관을 아름다움과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해 주는 단면도와 조립도 같은 시각적인 장치를 활용하여 꾸며볼 수도 있었다. 이처럼 제조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새롭고 값비싼 가구의 구입에 대한 남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그래픽 장치들이 아내가 장식과 스타일을 살펴보는 동안 남편에게 무언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아무튼 쇼핑은 여자들이 바깥나들이를 하게 해주는 좋은 핑계거리였다. 그들은 쇼핑을 이용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고, 잠시나마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쇼핑은 여성해방의 첫 형태인 셈이다. 그리고 쇼핑을 통해 여자들은 점원과 주인, 손님등 성인들과 사교활동을 할 수 있었다.
소비와 여성의 관계에서는 피상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쇼핑의 형이상학을 이해하고 있다. 여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생활에서 최상의 물건을 찾고 모색하고 획득하고 흡수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쇼핑은 인간의 경험을 더 새롭고 향상된 인간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한 물건에 의해 좀 더 바람직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항상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것은 독자들이 좀더 큰 활자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신문 기사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활자는 9포인트인데, 독자들은 12포인트 이상의 활자를 원한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큰 활자를 사용하는 신문은 없다. 신문사들은 아무래도 독자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불만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TV와 VCR, CD 플레이어용 리모콘, 캠코더 버튼,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등도 갈수록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그럴수록 노인들은 그것들을 구입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소매세계에서는 이미 그런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니켈로디온에 갔을 때 우리는 이러한 어린이들의 방식이 실제로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 광고판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지만 글자는 전혀 없었다. 즉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에 꼭 알맞은 방식이었다.
몇 년 전 우리는 웰스 파고 은행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오는 고객 가운데 15퍼센트가 일곱 살이 안 된 아이들이었다. 대출 담당직원에게 판매에 가장 도움을 주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서랍에서 막대사탕을 꺼내보였다. 그 사탕이 부모들과 상담할 때 2분간 시간을 벌게 해준 것이었다.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상담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또 그 은행에서는 웰스 파고의 한 지점에 사는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색칠하기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리고 뉴욕의 한 시티은행에서는 아이들에게 움직이는 그림책을 제공하고 있다. 이 두 은행은 소리 없이 업무를 진행시키면서 동시에 미래의 충실한 고객들 - 사람들이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 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적당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부모들이 항상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여야 한다. 즉 벽이나 장애물들에 의해 막혀 있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안전하고 충분한 여유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연령별로 구분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얼마 전 나는 한밤중에 주차장에서 어슬렁거리는 10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한 편의점에 관한 뉴스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경비원을 고용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매장에서는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스피커를 통해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의 매끄럽고 우아한 음악을 내보낸 것이었다. 그러자 어슬렁거리던 10대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결국 우리는 쇼핑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 '애정'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손님들은 어떤 것에 애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다음은 이와 관련해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다.
- 접촉 : 물건을 만지거나, 듣거나, 냄새 맡거나, 맛을 볼 수 있게 한다.
- 거울 : 거울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훌륭한 도구이다.
- 발견 :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골라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가장 큰 즐거움이다.
- 대화 : 만약 사람들이 의상이나 전화기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곳이라면 아마 저절로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다.
- 인식 : 나를 알아주는 곳에서 쇼핑을 하는 게 더 즐겁겠지?
- 할인판매 :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여유공간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 줄서기 : 될 수 있는 한 줄서는 시간을 최소화해라. 그렇게 안되면 기다리는 시간을 좀더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 진열상태 : 고객의 관점으로 배치한다.
- 상품품절 : 품절된 이유와 입고될 예정일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 불분명한 가격표 :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다.
- 불친절한 서비스 : 만약 그렇게 하려면 장사를 때려 칠 생각을 해라.
내 사무실 근처에 침대와 목욕용품을 파는 대형 매장이 있는데, 그곳의 시트들은 모두 한 차례 세탁해 폭신폭신한 상태로 진열되어 있다. 덕분에 손님들은 가정에서 사용할 때와 똑같은 느낌을 주는 시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것은 고객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러나 탈의실은 매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탈의실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경우 매상이 확실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탈의실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진열대나 윈도 또는 광고처럼 일종의 판매도구다. 만약 탈의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어떤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상품들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열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프린터에는 전원이 켜져 있어야 하고, 액세서리도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며, 손님이 앉아서 시험 작동을 할 수 있도록 가구도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웹 사이트는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페이지에서는 고객에게 자신이 어느 곳에 있는지 간단히 말해 주고 매장의 전체적인 구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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