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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 Maxim

인생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가는 여정 속의 여유로움이다.

by 202020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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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힘들어.” “재미없어.”라는 대답을 한다. 물론 이 가운데는 정말로 사는 게 힘들거나 재미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 가운데는 역시 십중팔구 자신의 진심과는 무관하게 그냥 입버릇처럼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왜 그럴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하는 일’ 또는 ‘자신의 삶’에 ‘치열한 열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끌어가지 못하고 주어진 여건에 편승하거나, 아니면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오직 그 목표 달성만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보다 적극적인 자기 변화가 기대되는 사람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누가 보아도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자세로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이 ‘힘들어’ ‘재미없어’라는 상투적인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치열한 열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치열한 열정은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쏟아 붓는 노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여기에 성공의 열쇠가 있다. 인생은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하거나, 그런 것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 이외의 사람은 모두 살 가치가 없어진다.

삶에 있어서 성공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사느냐’가 더 가치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삶의 의미요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에겐 비록 목표 달성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무의미할 수 없으며, 그렇게 쌓인 에너지는 제3의 결과로 반드시 그를 성공의 대열에 올려놓게 된다.

오직 목표 달성만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쏟아 부은 사람은 비록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흘러간 자신의 인생이 그것으로 상계될수 없음을 그 때야 알게 되고, 또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했음에도 삶의 의미를 상실한 모습을 보인다.

근래 읽은 책 가운데 '승려와 수수께끼'가 문득 떠오른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성공한 CEO인 랜디 코미사가 미얀마를 여행하다가 한 승려를 만나서 수수께끼 하나를 얻는다. 지금까지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 경영의 귀재라는 소리를 들은 그가 그 수수께끼를 풀면서 비로소 자신의 경영철학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던 그는 우연찮게 길에서 한 승려를 픽업해 주게 되는데, 짧은 거리를 가는 줄 알고 태워 준 그 승려를 무려 15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한 사찰에 3시간여에 걸쳐 태워주게 된다. 엉뚱하게 시간을 허비하여 짜증과 허탈감에 빠져 있던 그에게 그 목적지인 사찰 주지가 수수께끼 하나를 내 준다.

그것은 “1미터 위에서 달걀을 떨어뜨려 깨지지 않게 할 수 있는가?”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푼 그는 무릎을 친다. 지금까지 자신이 달려온 모든 일들이 자신의 삶과 괴리된 별개의 행동으로 허무하게 비쳐진 것이다. 그 수수께끼의 해답은 ‘1미터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달걀이 1미터까지 낙하해서 깨지지 않으려면, 1미터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된다.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와 같은 우답으로 들리는 이 해답에 바로 우리 삶의 진면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목표는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깨지는 달걀’이 된다. 목표는 종착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달걀이 깨지지 않게 하려면 더 많은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인생은 목표를 향해 옆도 보지 않고 달려가는 게 아니라,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가는 여정 속의 여유로움이다.

결국 우리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느냐 하는 해답은 바로 자신의 삶을 얼마나 여유롭게 가치 있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여유로움’은 ‘나태’와는 다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과,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이런 삶을 산다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분명 자신의 삶이 가치 있을 것이고, 그런 삶을 산 사람은 적어도 인생을 실패할 리는 없다.

김호운(소설가, 월간 책읽는사람들 발행인, pen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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