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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소설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

by 202020 201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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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 강남몽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p92

- 응, 어서오게. 먼저 자서전을 좀 써야겠어.

피의자 심문용이건 요원 선발용이건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첫번째 통과의례였다. 

이는 아까다마 담뱃갑과 라이터를 그의 책상 앞에 던져주고는 자기 자리에서 책상에 구둣발을 올려놓고 등받이가 뒤로 휘어질 정도로 기대 앉아서 김진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했다. 

- 우리는 말이지... 천벌을 받아 마땅하군.

김진의 자서전을 단숨에 읽어치운 이의철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 그렇지만, 현실이 너무 강력해서 하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거야.

김진은 따라서 웃지 않았고 조용히 대꾸했다.

- 언제는 텐노오(천황)를 위해서 했나요? 빨갱이 잡자구 한거지.

- 맞아, 그게 우리가 살길이야.

그날부로 김진은 미군정청 산하 CIC요원으로 취직이 되었다.


p181

-비자금을 충분히 조성해야겠군. 그러나 나는 정당에 돈을 대는 짓은 안한다.

그것은 김진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한 다짐이었다. 정관계에 돈을 뿌릴 적에도 철저하게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직급에 관게없이 철저하게 자신과 가족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인적 연관을 맺을 때 약해진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소마다 비자금을 풀되, 그걸 받아먹은 놈이 정치자금으로 쓰든 집을 사든, 술을 처먹든 오입질을 하든 알 바 없다는 의미였다.


p277

홍양태는 동생들을 데리고 상경할 때부터 결심한 바가 있었다. 그것은 알몸뚱이로 타관 객지에 올라와 일어서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죽을 각오로 뛰지 않겠다면 기술을 익혀서 공장에 들어가든지 얌전하게 행상부터 시작하여 평생에 목 좋은 점포나 하나 장만하면 될 것이다. 그런 자그마한 일거리도 온몸을 바쳐서 매달리지 않으면 입에 풀칠이나 제대로 할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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