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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엔 이유가 있어야 한다 -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앤서니 볼턴

by 202020 200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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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피델리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피터 린치의 얘기다. 그는 피델리티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때 그는 “왜 그 종목을 샀는지 투자자는 두세 문장으로 간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게 설명해야 한다고 해서 어려운 말을 쓰면 안 된다.
투자자의 10대 자녀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투자의 명분이다. 어떤 종목을 산 이유·배경 등을 말한다. 투자 명분은 영구 불변하지 않다.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명분을 검증해야 한다. 기업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투자자가 처음 생각한 투자 명분이
여전히 적절한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실적이 발표되거나 경영전략이 바뀜에 따라 애초의 투자 이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손절매를 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손절매는 모든 투자자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애초 명분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붙잡고 있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래서 나는 투자자가 주식을 얼마 주고 샀는지 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입가격에 집착하면 옳은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매입가격은 당신에게나 중요할 뿐이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없다. 오죽했으면 워런 버핏이 “주식은 당신이 주인인 줄도 모른다”고 말했겠는가.

투자는 확률게임이다. 당신이 다섯 번 베팅해 세 번 이겼으면 아주 잘했다고 박수를 받을 만하다.
다섯 번 가운데 적어도 두 번은 실패를 경험하는 게 증권판의 이치다. 실패 가운데 절반은 투자의 명분이 맞지 않아서다.

나머지 절반은 당신이 해당 주식을 산 뒤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거시 변수일 때가 많다.
기준금리나 통화가치가 갑자기 바뀔 수 있다. 업계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새로운 법규가 만들어지거나
경쟁 환경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야심 차게 개발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거나 가격 인하 전쟁에 휘말려
실적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투자자는 투자 명분을 만들 때 반대 명분도 생각해 둬야 한다. 반대 명분은 당신의 투자 명분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반대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꼼꼼하게 살펴보다
보면 투자자가 겪을 수 있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리스크를 대비하게 된다.

나는 어떤 주식을 사들일 때마다 내 생각과 다른 리서치 보고서를 즐겨 읽는다. 반대 의견을 통해 내 명분을 한결
또렷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사건이 벌어져 반대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드러나면
쉽게 내 명분을 바꿀 수도 있다.

투자 명분을 생각하면 충동이나 한 조각 정보에 의지해 주식을 사지 않게 된다. 당신이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특별한 지식을 갖고 있다면, 이를 다른 주식이나 기업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투자자들은 금쪽 같은 정보를
얻었다며 투자 명분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않고 덮어 놓고 다른 주식을 사들이곤 한다.
의사가 건강관리나 제약업체 주식이 아닌 석유회사 주식을 덥석 사들이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펀드매니저로 현장에서 뛸 때 나는 목표 주가를 설정하지 않았다. 주가가 보유자의 희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다. 주가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거나 더디게 오르는 경우가 아주 잦았다. 따라서 어설프게 목표 주가를
설정하려고 하지 말고 대신 애초 생각했던 투자 명분을 다시 곱씹어 보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변수를 더 정확하게 이해해 해당 종목에 대한 확신을 키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투자 명분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을 때다.
해당 종목을 사들인 이유나 근거가 없어졌으면 팔아 치우는 게 상책이다. 둘째,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된 주가가
바로잡혔을 때다. 더 이상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셋째, 더 확신이 드는 종목을 발견했을 때다.
온갖 변수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얻은 확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종목이 눈에 띄면 기존 포트폴리오의 비슷한 종목과 견줘 본다. 이리 보고 저리 봐서 새로 발굴한 종목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확신하면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유사한 종목을 팔아 치운다. 믿음이 가는 종목을 위해
포트폴리오 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유사한 종목을 다 팔아 치울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털어낼 것인지는
‘새 종목에 얼마나 믿음이 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투자의 세계에서 열린 마음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반대로 닫힌 마음은 가장 위험한 적이다. 투자의 세계는 시시각각 변한다.
자칫하면 우리는 시대에 맞지 않는 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환경이 바뀌면 투자 명분도 바뀌어야 한다.

20091002 입력

(원문보기)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1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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